“빗물은 수량(水量) 확보를 위한 첫 시작점인 만큼 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빗물의 효과적 재활용은 물론 (빗물 단계에서) 홍수ㆍ방재ㆍ수질 관리를 함께 치밀하게 진행시킬 때 가장 바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국토해양부ㆍ환경부ㆍ소방방재청 등 물 관련 부처는 이와 관련한 적극적 빗물관리 통합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물 스트레스 중∼고(20∼40%) 그룹에 속했다. 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물 부족으로 고충을 겪는 국가들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연중 강우량이 고르지 않아 수량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기후와 지형상 물 확보가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평가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국토해양부 용역(2006∼2020년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도 물 부족량은 2011년 7억9700만㎥, 2016년 9억7500만㎥, 2020년 9억2500만㎥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물 부족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빗물협회는 이 같은 문제에 관해 최근 정부에 여러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를 비롯해 친환경적 빗물 이용, 홍수ㆍ방재ㆍ수질 관리 등 부문까지 아울러 제안했다. 협회가 최근 관계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로 이뤄진 회원을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김영환(60) 협회장을 만나 빗물관리와 관련한 제반 논의사항에 대해 깊이있게 들어봤다.
-빗물협회가 최근 다양한 정책 개선 요구와 함께 합동 세미나 등을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들었다. 다만 아직은 협회가 다소 생소하다.
“국가적으로 체계적 빗물관리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보고 관련된 학ㆍ업계가 모여 설립했다. 2007년 초 법정단체로 인가 받았으니 비교적 신생단체라 할 만하다. 빗물 관련 연구 및 자문, 제도 개선 요구에 활동의 중점을 두고 있다.”
-오랜 기간 국토해양부에서 물 관련 직책을 맡아온 점이 눈에 띈다. 빗물협회 수장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30년 가까이 국토해양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주로 치수 관련 일을 해왔다. 상하수도ㆍ수자원 정책 수립 및 개발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물 관련 학계ㆍ업계의 우수한 의견을 전달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즉 물 관련 부처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믿었고, 이에 빗물협회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회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빗물협회란 이름 그대로 빗물에 관한 효과적 관리에 대해 할 말이 많을 듯싶다.
“그렇다. 빗물에 대한 관리체계가 보다 바르게 잡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부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속한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아직 빗물관리에 관해서는 매우 뒤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독일ㆍ일본ㆍ싱가포르 등 국가를 보자. 이들 국가는 기본적으로 빗물을 취수해 화장실ㆍ조경ㆍ세척용 등으로 다앙하게 활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런 기초적 재활용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개별 주택에 한해 지적할 때 들 수 있는 것인데, 대규모 주택ㆍ상업단지의 빗물에 관한 활용 및 제어 등 정부 정책적 측면도 인근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한마디로 말해 빗물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선 수량 확보 및 홍수ㆍ방재ㆍ수질 관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이 같은 관리가 각기 따로 진행되면서 중복투자는 물론 빗물에 관한 효율적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질관리시설에 관해, 소방방재청과 국토해양부는 홍수ㆍ방재시설에 관해 분담해 일을 맡는 형국이다. 이는 반드시 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나의 오랜 공직 경험, 학술 교류, 유학생활 등에서 얻은 결론이다.”
-빗물관리에 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빗물에 관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면 기술적으로 어떤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보나.
“소규모 분산식 빗물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 다시 정수하여 사용하는 형태가 아닌, 지역별로 취수ㆍ저장해 활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즉 상수원에서 모든 물을 끌어다 쓰는 방식과 정반대의 개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물 공급 관련 비용 절감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송수과정에서 소실되는 에너지가 80%에 달하는 만큼 지역별로 개별 취수원을 마련해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매우 도움이 된다. 녹색성장을 이루고 친환경 개발에 나선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이 같은 ‘지역별 빗물관리 시스템’ 확보는 결정적 해결방식이 될 수 있다.”
-수년 전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건설업계에서 빗물저장시설을 주택단지에 조성해 조경수 등으로 활용한 예도 있었다.
“좋은 시도였다고 보인다. 다만 그처럼 단순한 빗물저장시설의 개념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인 빗물관리시설이 지역별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앞서 강조했듯이 개별 단지 또는 지역 내에 빗물을 통한 취수ㆍ공급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 오랜 기간 활용해 그 우수성이 검증된 만치 우리도 더는 이 같은 시설투자를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국토해양부나 환경부 등에 제안해 봤나.
“물론이다. 부처가 통합적으로 움직여 지역별 빗물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주민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제안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에 빗물관리시설 의무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통합적 지역별 물관리체계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빗물관리협회는 아직 40여 회원사로 이뤄진 소규모 단체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을 꾀하려는지.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빗물관리체계를 바르게 정착시키는 데 구실을 다하려 한다. 또 빗물관리시설의 자재나 공법에 대한 품질인증에도 나서고 싶고, 기술지침 제정 등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물관리에 대한 효과적 컨설팅도 우리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글=박우병기자 mjver@ 사진=안윤수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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